오리온이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 매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베트남에서는 오리온 젤리가 하리보를 누르고 동네 슈퍼를 장악했고 쌀과자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특별식이 됐다. 러시아에서는 다채로운 맛의 초코파이가 국민 과자가 된 지 오래다. 폭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오리온은 올해 신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글로벌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에서 오리온의 젤리가 단기간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현지화 덕분이다. 베트남 유통시장의 70%는 재래시장이 차지하고 있어 고온다습한 실외 유통점이 많다. 젤리가 쉽게 무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젤리 브랜드 ‘하리보’는 냉장시설을 갖춘 대형마트 위주로 제품을 유통한다. 반면 오리온은 유통 환경을 고려해 2021년 내열성 있는 ‘붐젤리’를 개발해 현재 동네 슈퍼까지 진출했다. 과일을 소금에 찍어먹는 베트남의 식습관을 반영한 ‘그린망고 칠리솔트맛’도 인기다.
감자스낵 부문에서도 오리온의 ‘오!스타’와 ‘스윙’은 글로벌 식품회사 펩시코의 ‘레이스’를 제치고 2017년부터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감자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레이스와 달리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볶음고추장맛, 김맛, 에그요크맛 등을 연이어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9년 출시한 쌀과자 ‘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제품과 달리 불투명한 포장지로 감싸 고온에서도 내용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처리했다.
베트남에서 2017년부터 5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한 이대성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재래시장을 누비다가 단골 슈퍼에서 익숙한 제품을 구입한다”며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하자마자 오리온 영업사원들은 동네 슈퍼 주인들에게 달려가 신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다”고 전했다.
현지화가 글로벌 사업 성공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오리온은 제품 현지화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작년 7월 한국 연구소에 ‘글로벌 스낵개발팀’을 창설하고 이 팀이 글로벌 제품의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품의 90%를 한국에서 만들고 10%는 현지 사정에 맞게 맛, 식감 등을 조절하는 구조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현지 공장도 증설한다. 오리온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베트남 법인의 공장 가동률은 118%에 달했다. 하노이, 호치민에 이어 제3공장을 베트남 남부에 건립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메콩강 주변의 도시들과 최근 수요가 늘어난 인근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의 여파를 맞은 한국(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16.3%)과 중국(14.9%) 법인보다는 신흥시장인 베트남(38.5%)과 러시아(79.4%) 법인의 매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전 법인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만큼 식음료 산업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당 배당금도 750원에서 950원으로 26.7% 늘릴 예정이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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